BTC Sugar Dating에서 그의 메시지를 처음 받았을 때, 그냥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의 밤, 강남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앱을 확인하다 그의 제안이 떴다. “주말에 시간 돼? 1BTC로 와인 한잔 어때?” 간단명료. 그게 BTC Sugar Dating의 매력이다. 규칙은 명확하고, 거짓 로맨스는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의 이름은 혁, 40대 초반,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조용한 남자였다. 눈에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미소는 따뜻했다. 첫 만남은 홍대의 작은 재즈 바. 조명이 은은하고, 음악이 부드럽게 흘렀다. 그는 위스키를 주문하며 웃었다. “술 잘 안 마시는데, 오늘은 좀 풀고 싶네.” 그 말투에 마음이 살짝 걸렸다. 이건 단순한 거래가 아닌지도.
심리학에서는 이걸 “투사형 연애”라고 부른다. 나 같은 Sugar Baby는 Sugar Daddy를 이상화하기 쉽다. 그들은 나이 많고, 성공했고, 날 “이해”해주는 것 같으니까. 혁은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내가 꿈꾸는 것들, 딸기 스무디 좋아한다고 했던 걸 기억해줬다. 그런 관심은 마약 같았다. 자꾸 생각하게 돼. “이 사람, 진짜로 날 좋아하는 걸까? 이건 거래 이상의 뭔가 아닐까?”
심리학자들은 이게 “아버지 투사”랑 관련 있다고 한다. 나처럼 아버지가 늘 바빠서 곁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혁 같은 안정적인 남자는 빈자리를 채워준다. 그가 BTC 송금할 때마다 “너와의 시간 고마워”라고 적으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짜 연애 같았어. 하지만 BTC Sugar Dating의 투명성은 날카롭다.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고 익명인 거래는, 이게 사랑이 아니라 계약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어느 날, 혁이 이혼 얘기를 꺼냈다.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이런 “컨트롤 가능한” 관계를 택했다고.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의 예외가 되고 싶었어. 더 예쁘게 차려입고, 내 일상을 공유하며,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심리학에선 이걸 “감정 노동”이라고 하더라. 시간뿐 아니라 마음도 주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는? 늘 제시간에 BTC를 보냈지만, 그 이상은 약속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빠졌을까? BTC Sugar Dating이 너무 쉬웠기 때문일지도. 비트코인의 안전하고 투명한 시스템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감정은? 그건 통제 불가능이야. 나는 혁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투사했고, 그의 친절을 사랑으로 착각하려 했다. “자아 보상”이라는 거, 내 가치를 그의 인정에 묶어버린 거야.
마지막 만남에서 그는 싱가포르로 떠난다고 했다. “잘 지내”라며 웃었지만,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마지막 BTC를 보내며 “고마워”라고만 썼다. 화면을 보며 울었다. BTC Sugar Dating은 나에게 경제적 자유를 줬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진정한 이해였다.
이 앱은 거울 같아. 내 욕망과 약점을 비춘다. 투사형 연애는 함정일지 몰라도, 깨달음을 줬어. 진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다음엔 내 마음을 더 소중히 해야지. 아니면 또 비트코인 이상의 걸 바라다 상처받을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