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 살, 테크 업계에서 일하며 뉴욕과 상하이를 오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이번에 상하이에 온 건 일주일간의 컨퍼런스 때문이었다. 나는 불가리 호텔의 강 전망 스위트룸에 묵었고,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의 욕망도 소음도 모두 나와는 무관해 보였다.
나는 거의 모든 데이팅 앱을 써봤다. Tinder부터 이름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 중국 로컬 앱들까지. 대부분은 보정된 사진과 정형화된 대화로 가득 찬 쇼였고, 나는 돈도, 외로움도 없었다. 단지 거짓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실명 인증 + 자산 인증’을 요구하는 어느 플랫폼에서 나타났다. 나는 왜 그 앱에 가입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의 사진은 아주 예쁘진 않았지만, 흰 셔츠를 입고, 젖은 머리카락 끝이 막 샤워한 듯 자연스러웠다.
자기소개는 단 한 문장.
“당신이 돈이 많은 게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세상 모두가 돈만 본다고 믿는 게 무서울 뿐이에요.”
나는 답했다.
“그럼 당신은 뭘 봐요?”
그녀는 하루가 지나서야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받아 보고 싶어요.”
우리는 사흘간 이야기를 나눴다.
빠른 호감 확인 같은 건 없었고, 느릿하고 다소 구식의 대화였다. 그녀는 광고회사 인턴으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쉬자후이 근처의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플라스틱 장미나 화려한 불빛은 싫어요.”
나도 말했다. “나도 싫어해요.”
그날 밤, 나는 회의가 끝나고 호텔에 돌아온 시간이 거의 밤 11시였다. 그녀에게 말했지.
“아직 저녁도 못 먹었어요.”
그녀가 답했다.
“나도요.”
“호텔로 올래요? 강 뷰가 꽤 괜찮거든요.”
5분쯤 뒤, 그녀가 답했다.
“주소 줘요.”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젖은 머리를 반쯤 말린 채로, 가방도 없이 내 방 앞에 서 있던 그녀.
“정말 왔네요.”
“당신이 전망이 좋다고 했잖아요.” 그녀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신발을 벗고 조용히 카펫 위를 걸었다. 창가에 다가가 유리창에 손을 올리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조용하네요, 이 방.”
“당신도 그렇죠.”
나는 와인을 따랐고, 그녀는 마다하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
“사진보다 덜 긴장해 보이네요.” 내가 말했다.
“당신이 생각보다 덜 위험해 보여서요.”
그녀는 내 옆에 앉아 어깨를 가볍게 기대며 가까워졌다. 그녀에게서 은은한 비누향과 샤넬 No.5 향이 났다. 과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은, 마치 그녀 본연의 체온 같은 향.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고, 아무 말도 없었지만 공기가 변했다.
“원래 사람을 이렇게 쳐다봐요?” 그녀가 속삭였다.
“아뇨, 그냥… 잘 꾸미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내 무릎 위에 올라탔다.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는 움직임이었다.
“입 맞춰도 돼요. 오해하지 않을게요.”
내가 그녀를 키스했을 때, 그녀는 조급하지 않았고, 몸을 조금씩 내게 기대며 유혹하는 듯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감정을 누르려는 듯한 모습. 눈빛에는 아픔과 갈망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무너졌다.
본능이라 생각했던 내 반응은, 사실 무언가 더 깊은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욕망했지만 동시에 지키고 싶었다. 아무리 이 밤이 격정적일지라도.
오래전 잊었던 감각이었다. 그녀의 숨결이 귓가에 닿고, 손끝이 내 가슴을 스치며 떨리는 순간,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당신은 나쁜 사람 냄새는 안 나요. 근데 손길은… 꽤 거칠네요.”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는 몸을 뒤로 눕혔다. 스커트 자락이 허벅지 위로 흘러내렸고, 그 하얀 피부는 조명 아래서 반짝였다.
“너무 느리지 마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몸이 내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는 내게 올라타고,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짚고,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통증과 쾌락이 교차했고, 입술을 깨물며 견디는 모습은 나를 미치게 했다.
나는 그녀의 실크 어깨끈을 내리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않아?”
“무서워요. 근데 오늘 밤은 당신을 기억하고 싶어요.”
그녀는 나를 밀어 올렸고, 나는 그녀를 베개 위로 눌렀다. 머리카락은 베개 위로 퍼졌고, 그녀는 내 등을 파고들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몸과 몸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우리는 여러 번 자세를 바꾸었고, 그녀는 내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겼다. 땀이 서로의 몸을 적시고, 이불 속 어둠은 우리만의 비밀이 되었다.
아침, 나는 그녀가 내 셔츠를 입고 창가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있고 싶을 줄은 몰랐어요.”
나는 그녀를 뒤에서 안았고,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 속삭였다.
“난 쉽게 몸을 허락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오늘 밤만은 내 감정대로 굴고 싶었어요.”
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겼고, 굽히는 순간 드레스가 허벅지를 스치며 하얀 엉덩이 선이 살짝 보였다. 욕실에서 머리를 묶고, 연한 누드빛 립스틱을 발랐다. 젖은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어른스러우면서도 유혹적이었다.
나올 땐 이미 광고회사 인턴으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커튼 너머 아침 햇살이 그녀의 실루엣을 비췄다. 얇은 허리, 길고 곧은 다리, 움직이는 스커트 자락.
그녀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당신 셔츠, 편하더라.”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헉, 9시 반 미팅이 있었지!”
“기사 부를게요.”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동료가 보면 오해할지도. ‘불가리에서 나온 여자’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문을 열기 전, 그녀는 다시 나를 보았다.
“내가 연락하면… 바로 답장해 줄 거예요?”
“시험해봐요.”
문이 닫히고, 내 폰엔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음에 뉴욕에 오면… 그 밤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