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에서의 문화 간 스펙트럼

천 모는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의 야자수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려 턱을 타고 흘러내려 카메라 스트랩에 닿았다.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기계 고장이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밑의 조개껍데기를 발로 차 버렸고, 금속 몸체는 햇빛의 굴절 아래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쉰 여자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 삼각대를 떨어뜨릴 뻔했다. 역광 속을 걷던 여자는 고운 모래사장을 밟고 있었다. 거북이 등껍질 선글라스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고, 아마색 머리카락은 바닷바람에 흩날렸다. 천모는 그녀의 하얀 리넨 셔츠 세 번째 단추가 잠겨 있지 않고, 쇄골에 새겨진 나비 문신이 숨결에 따라 희미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아챘다.
“제 노출계가… 젖은 것 같아요.” 천모가 카메라를 들어올리자 상대방에게서 희미한 테킬라 향이 느껴졌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호박색 눈을 드러냈다. “가브리엘라, 브라질 사람이에요.” 그녀가 손을 내밀자 손목에 찬 은색 팔찌가 짤랑거렸다. “뭘 쏘는 거예요?”
“도시 시리즈”에서 천모는 갑자기 자신의 티셔츠에 자외선 차단제가 묻어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필름을 사용하여 햇빛 아래에서 다양한 피부색의 수준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가브리엘라는 뷰파인더에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따뜻한 숨결이 귓불을 스쳤다. “이 각도면 야자수가 기린처럼 보이겠네요.”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렌즈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앙각을 10도 정도 낮춰 보세요.”
천모가 자세를 바로잡았을 때, 가브리엘라는 이미 린넨 바지를 벗어 밀색 긴 다리를 드러내고 파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석양이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며 해변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천모는 왠지 모르게 셔터를 눌렀고, 필름 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혔다.
카페의 네온 불빛이 처음 켜지자, 가브리엘라는 아이스 모히토를 건넸다. “하셀블라드 중형 포맷을 쓰시는군요.”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빨대를 비틀었다. 손톱에 박힌 깨진 다이아몬드에 작은 빛줄기가 반사되었다. “저도 지난달 상파울루에서 같은 모델의 카메라를 봤어요.”
천모는 민트주에 목이 메어 말했다. “이건 우리 아버지의 유산이에요.” 그녀는 캔버스 가방에서 낡은 카메라 가방을 꺼냈다. “아버지는 디지털 이미지가 인간을 빛과 그림자에 대한 존중심을 잃게 만들 거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가브리엘라는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손톱이 손바닥의 굳은살을 살며시 긁었다. “오늘 밤 개인 미술 전시회가 있는데, 큐레이터가 내 전 남자친구야.” 그녀가 손을 뒤로 빼자 커피 얼룩 위로 금박 도장이 찍힌 초대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가시나요?”
천모는 초대장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말했다. “이건 장폴 고티에의 새로운 시리즈 미리보기예요…”
“그는 항상 내 몸이 숨 쉬는 조각품이라고 말했어.” 가브리엘라는 갑자기 그녀의 귀에 가까이 기대었다. “하지만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너와 같아야 해—” 그녀의 손가락이 땀에 젖은 천모의 목을 스쳤다. “빛의 무게를 피부로 느껴 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자, 그들은 옥상에 사진 촬영 조명을 설치하고 있었다. 가브리엘라는 흠뻑 젖은 셔츠를 벗어 깊은 V자 모양의 버건디색 수영복을 드러냈다. 빗방울이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려 타일에 작은 물방울을 튀겼다. 첸 모의 카메라는 흔들렸고, 프레임 속 여자는 때로는 그리스 조각상으로, 때로는 흐르는 용암으로 변했다.
“좀 더 확대해 보세요.” 가브리엘라는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실크 스카프를 벗었고,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번개에 반짝였다. “물방울 하나하나에 반사된 무지개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세요.”
마지막 번개가 하늘을 비추자, 천모는 마침내 셔터를 눌렀다. 마스카라와 섞인 빗물이 그의 입가로 흘러내렸고, 짭짤한 맛은 데킬라의 매콤함과 어우러졌다. 가브리엘라는 갑자기 그녀를 껴안았다. 젖은 머리카락이 뜨거운 이마에 달라붙었다. “있잖아? 장 폴이 내 뼈 구조가 완벽한 황금 비율이라고 했잖아.” 그녀의 입술이 천모의 귓불을 스쳤다. “하지만 넌 내게 빛이 가장 날카로운 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줬어.”
새벽녘, 천모는 호텔 발코니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있었다. 마지막 사진에서 가브리엘라의 실루엣은 번개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고, 왼쪽 절반은 후광에 가려져 있었으며, 오른쪽 절반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가 여분의 필름을 꺼내자 갑자기 상자에 인쇄된 가브리엘라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신진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뮤즈였던 것이다.
발달의 시간차
3개월 후, 천모는 파리 북역 플랫폼에서 마구 뛰어다녔다. 카메라 가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엉덩이에 부딪혔다. 그녀가 휴대폰을 꽉 쥐자 화면에 3시간 전 가브리엘라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오늘 밤 9시, 에펠탑 전망대에서 핫셀블라드를 가져오세요.”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유리 커튼월 바깥의 강철 숲은 황혼녘 별빛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브리엘라는 등을 돌린 채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고, 그녀의 샤넬 오트 쿠튀르 드레스는 짜릿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황금빛 자수는 석양 속에서 비늘처럼 빛났다.
“37분 늦었어요.” 여자가 돌아섰을 때, 목에 걸린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서 차가운 빛이 반사되었다. “시차는 정말 사진작가들의 천적입니다.”
천 모는 왼쪽 손목에 빛바랜 붉은 밧줄이 감겨 있는 것을 알아챘다. 마이애미의 비 오는 날 밤, 그녀가 뜯어 버린 밧줄이었다. “내가 올 줄 어떻게 알았어?” 그녀가 카메라를 들어 올리자, 렌즈는 가브리엘라의 눈 끝에 드리운 잔주름을 포착했다.
“왜냐하면…” 가브리엘라는 갑자기 드레스 끈을 풀어 왼쪽 가슴에 있는 나비 문신을 드러냈다. “아직도 필름 현상액 냄새가 나네요.”
셔터 소리가 금속 전망대에 울려 퍼지자, 천모는 마침내 문신의 세부 사항을 보았습니다. 나비 날개에는 마이크로필름 기어가 박혀 있었고, 날개 가장자리에는 작은 영어로 “노출 부족의 순간이 영원의 시작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장 폴이 이게 미술사상 가장 비싼 문신이라고 했어.” 가브리엘라는 차가운 땅바닥을 맨발로 걸었다. “그가 몰랐던 건—” 그녀의 손가락이 첸 모의 떨리는 입술을 스쳤다. “진정한 영원은 언제나 암실 현상기에 있어.”
노트르담의 종이 아홉 번째 울렸을 때, 천 모의 렌즈는 갑자기 초점을 잃었다. 가브리엘라의 모습은 황혼녘에 점점 투명해졌고, 손목에는 드레스 끈만 남아 있었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프레임 안에는 에펠탑의 실루엣과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코닥 골드 200 필름 포장지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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