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마도 INTJ식 데이팅일지도 몰라요

저는 32살이고,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삶은 꽤 안정적인 편이지만, 연애는 늘 쉽지 않았습니다.
외모가 나쁜 편도 아니고, 집도 있고, 취미도 다양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혼자 등산 가는 걸 즐기며, 일본 위스키를 수집하는 소소한 취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진심으로 연결된 사람을 만나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Tinder, Hinge, Bumble… 다 써봤어요. 그런데 패턴은 늘 같았어요. 가벼운 대화만 오가다 끝나고, 두세 마디 나눈 후 사라지거나, 면접처럼 딱딱한 대화만 남아요. 그저 스쳐 가는 사람들 속에서 정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긴 어렵더라고요.
아마 제 성격 탓일지도 몰라요. 저는 MBTI로는 INTJ입니다. 내성적이진 않지만, 의미 없는 잡담엔 에너지를 쉽게 소모하는 편이에요. 저는 ‘그냥 말하기 위해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수많은 스와이프와 가벼운 매칭 속에서 점점 지쳐 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예 모든 앱을 삭제했어요. “인연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일과 운동에 집중했죠.
그런데 몇 달 전, 회사 동료 한 명이 조용히 말해줬어요. 자신이 요즘 쓰는 앱이 있는데, 좀 독특하다고. 광고도 없고,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대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 앱에서는 사람들이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 대신 이해받고 싶어 해.”
그 말이 꽤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저도 조심스레 가입해봤습니다. 프로필 작성 과정이 많이 달랐어요. 외모보다는 가치관, 연애에 대한 생각, 그리고 MBTI 궁합까지 묻더라고요. 마치 일기를 쓰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며칠 후, 누군가와 진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평소처럼 ‘어디 살아?’ ‘무슨 일 해?’ 같은 대화가 아니었어요. 영화 음악, 팬데믹 이후의 외로움, 브런치 데이트가 왜 불편한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진짜 대화 같았고,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죠.
2주 후, 조용한 북카페에서 만났어요. 꾸며낸 모습도 없고, 서로에게 과도한 기대도 없었어요. 그냥, 어색하지만 진심을 가진 두 사람이 조용히 차를 마셨습니다.
지금 그 사람이 제 인연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준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평가당하지 않고, 필터링되지 않고, 소비되지 않은 느낌.
그냥 ‘내가’ 보였다는 것.
그게 참 오랜만이었어요.

혹시 지금까지의 데이팅 앱들이 나와 맞지 않았다고 느낀 적 있다면, 그건 어쩌면 당신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공간이 맞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라요.
깊이 있는 연결은, 때로는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앱 이름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지만,
혹시 이 글이 당신에게 와닿았다면… 아마 스스로 찾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