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계약

와이탄의 저녁 바람은 축축하고 짭짤했다. 린샤오샤는 “앰버” 레스토랑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의 검은 레이스 치마 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새로 서명한 계약서가 담긴 핸드백을 꽉 쥐자 그녀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렸다. 어머니의 수술비를 대가로 6개월 동안 매달 1,200달러를 받는 계약서였다.
“린 씨?”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돌아서자 구명위안이 검은색 벤틀리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은회색 정장은 잘 어울렸고, 손목에 찬 파텍 필립 시계는 네온 불빛 아래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드러난 쇄골을 훑었고,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구 씨.” 샤오샤는 무릎을 꿇고 경례했다. 이 동작은 어젯밤 거울 앞에서 스무 번이나 연습한 것이었다. 공손한 척하되 겸손하지는 않은 태도로 보이기 위해서였다.
구명위안이 반 걸음 앞으로 나서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소매에서 은은한 삼나무와 백단향이 풍겨 나왔다. “그렇게 내성적이지 마.” 그의 손끝이 도자기를 스치듯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졌다.
레스토랑 매니저가 곧장 다가와서 말했다. “구 선생님, 개인실이 준비되었습니다.”
샤오샤가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복도를 걸을 때, 그녀의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에 빠른 리듬을 타며 쿵쿵거렸다. 그녀는 모든 웨이터들이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나비넥타이의 각도까지 똑같다는 것을 알아챘다. 구밍위안의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고, 거즈 천을 통해 열기가 그녀의 피부를 태웠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구명위안이 와인 리스트를 건네주었고, 그의 손끝은 1945년산 로마네콩티에서 멈췄다.
소샤는 3초 동안 숫자 0을 응시하다가 목이 메어졌다. “저는 와인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럼 샴페인으로 하죠.” 그는 소믈리에에게 말했다. “돔 페리뇽 2002, 8도로 차갑게 식혀두었습니다.”
애피타이저는 포트 와인 젤리를 곁들인 푸아그라였는데, 샤오샤는 은색 포크로 작은 조각을 잘랐다. 구밍위안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 가장자리에 묻은 소스를 닦아냈다. 그녀는 그가 황금빛으로 그녀의 입술을 물들이는 것을 바라보며 얼어붙었다. 그의 혀가 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너무 달콤해.” 그는 말했지만, 그의 눈은 항상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샤오샤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유리잔에 그녀의 붉은 귀가 비쳤다. 그녀는 계약서의 세 번째 조항을 떠올렸다. “B는 A와의 합리적인 신체 접촉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행동이 과연 합리적인가?
메인 요리는 블랙 트러플을 곁들인 M9 와규였는데, 구밍위안은 마치 의식을 치르는 듯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잘랐다. “어머니께서 루이진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소샤의 칼과 포크가 도자기 접시 위에서 거친 소리를 냈다. “네가… 나를 조사했어?”
“이건 꼭 필요한 경고야.” 구명원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어쨌든 낯선 사람에게 6자리 수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잖아.” 그의 어조는 마치 오늘 날씨를 이야기하는 듯 가벼웠다.
식탁보를 움켜쥐던 샤오샤의 손이 살짝 떨렸다. 손톱이 손바닥에 초승달 모양의 자국을 남겼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서명한 것이 단순한 계약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파는 계약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우아한 매너와 값비싼 식기들은 설탕으로 감싼 족쇄에 불과했다.
“사실은…” 구명원은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당신이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불빛이 안경에 작은 얼룩들을 반사시켜 샤오샤는 그의 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사흘 전 병원 정산소에서 간호사가 했던 차가운 목소리를 떠올렸다. “더 이상 미루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관은 오래전부터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약탈당해 있었다.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구명원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빙산의 일각 같았다. “정말 솔직하시네요. 좋습니다.” 그는 웨이터를 불렀다. “디저트를 망고 샤베트로 바꿔 주세요. 이 아가씨는 너무 달콤한 걸 별로 안 좋아하시거든요.”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는 이미 9시였고, 황푸강 유람선은 네온 불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구밍위안은 샤오샤의 코트를 입혀주며, 의도적으로든 의도치 않게든 그녀의 맨 어깨를 쓰다듬었다. “강가 산책하러 갈래?”
강바람이 습한 수증기를 품은 채 휩쓸고 지나가자 샤오샤는 몸을 떨었다. 구명위안은 양복 재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재킷 자락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스치듯 스쳤다. 그의 체온이 옷감에 남아 마치 말없는 초대처럼 느껴졌다.
“추워요?” 그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샤오샤는 그의 품에 안겨 굳어버렸고,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려왔고, 강 건너편 동방명주탑은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열네 살 때 아버지가 와이탄에 불꽃놀이를 보러 데려갔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도 너무나 눈부셨다.
“어머니는… 제가 대학에 입학하면 상하이에 야경을 보러 오시겠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샤오샤의 목소리는 강바람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제는 숨 쉬는 데도 기계가 필요해요.”
구명위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작고 밝은 갈색 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인수합병 건을 논의하기 위해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의 어조는 무섭도록 차분했다.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어머니는 이미 화장되어 있었습니다.”
샤오샤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두 개의 웅덩이처럼 강의 잔물결을 반사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그의 입술 끝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구명원은 곧바로 키스를 깊숙이 퍼붓고, 혀끝으로 샤오샤의 진주 같은 이를 핥으며 샴페인의 뒷맛을 남겼다. 샤오샤는 방금 마신 식후주인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맛을 느꼈다. 그의 손바닥이 척추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와 마침내 허리에서 멈췄다.
“내일 저녁 7시에 사람을 보내서 너를 데리러 갈게.” 구명위안은 헤어지면서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부어오른 아랫입술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파란색 실크 나이트가운 입는 거 잊지 마.”
샤오샤가 임대 주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1시였다. 휴대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샤오샤, 오늘 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한 분이 우리 병원비를 대신 내주셨다고 하더라…”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입술은 부었고, 쇄골에는 희미한 이빨 자국이 있었다. 문득 구명위안이 계약서 부록에 쓴 문구가 떠올랐다. “B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지만, 계약 위반 시 위약금의 두 배를 지불해야 합니다.”
창밖으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샤오샤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희미한 삼나무 향을 맡았다. 이것이 타락의 시작인지, 아니면 구원의 기회인지 알 수 없었다. 도시의 번잡함을 실어 나르는 강바람이 창문을 통해 불어와 그녀의 흐느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